강남나이트 H2O 10주년 이벤트 갔다가 50만원 줍고, 인생 남자를 만났어요!

"야, 너 요즘 너무 집에만 있는 거 아니야? 오랜만에 강남 H2O나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마침 10주년 기념으로 여성들만을 위한 역대급 이벤트를 한다더라!"

퇴근 후 소파에 파묻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나에게 친구 S가 던진 한 마디였습니다. 30대 후반, 일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지쳐 딱히 새로운 만남도 기대하지 않던 나에게 '강남 H2O'라니...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성들만을 위한 이벤트'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신나는 곳에서 땀이나 흘리며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가자! 대신 책임져라, 오늘 재미없으면 너 때문이야!" 반 농담 삼아 대답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살짝 설레고 있었습니다.

약속 당일, 친구와 함께 평소보다 신경 써서 옷을 차려입고 강남 H2O 나이트 앞에 도착했습니다. 평일 저녁인데도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가 심장을 울렸고, 화려한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와, 이게 강남 밤이구나!' 잠시 주춤했지만, 친구 손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내부는 이미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댄스 플로어는 춤추는 사람들로 빼곡했고,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30대, 40대 또래의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면서, 이곳이라면 나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웨이터 분이 다가와 오늘 '10주년 기념 여성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 내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입장하는 여성 고객에게 응모권을 주고, 추첨을 통해 현금, 상품권 등 푸짐한 경품을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현금 50만원'이라는 말에 친구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었습니다. "야, 오늘 우리 50만원 타는 거 아니야?" 김칫국부터 마셨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이벤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히 술을 마시며 분위기를 느끼다가, 우리는 곧 댄스 플로어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니 정말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일 걱정, 나이 걱정, 만남 걱정...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오롯이 음악과 춤에만 집중했습니다. 땀을 흠뻑 흘리고 자리에 돌아와 숨을 고르는데, 갑자기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벤트 경품 추첨 시간이 된 것입니다.

사회자의 유머러스한 진행에 사람들이 환호했고, 드디어 현금 50만원 당첨자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내 응모권 번호는 [B-14번]이었는데, 별 기대 없이 친구와 농담이나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부른 번호를 듣는 순간, 친구와 내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습니다.

"잠시만... B-14번이라고? 야, 내 번호잖아!"

믿기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이런 큰 금액에 당첨되어 본 적이 없었는데...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무대 앞으로 나가는 순간까지도 얼떨떨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당첨금을 받고 사진을 찍는데, 꿈인지 생신지 분간이 가지 않았습니다. ㅠㅠ 50만원이라니! 이 돈으로 뭘 할까 생각하며 친구와 신나게 축하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10주년 기념 여성 이벤트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횡재를 한 것입니다.

기쁨도 잠시, 웨이터 분이 다가와 부킹을 권유했습니다. 사실 경품에 당첨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이왕 온 김에 '부킹'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웨이터에게 "저희랑 잘 맞는 분으로 부탁드려요~" 하고 미소 지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몇 번의 부킹 시도가 있었지만 딱히 마음에 와닿는 분은 없었습니다. 대화가 어색하거나 분위기가 맞지 않아서 금방 정리가 되곤 했습니다. '역시 쉬운 일이 아니네' 하고 살짝 실망하려던 찰나, 웨이터 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 남성분을 우리 테이블로 안내했습니다.

자리에 앉은 그분은 깔끔한 외모에 편안한 인상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갔고, 어색함 없이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오늘 분위기 정말 좋으시네요. 혹시... 아까 50만원 당첨되신 분 아니세요?"

아까 무대 위에서 나를 봤던 모양입니다.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로 나이를 묻고, 왜 H2O에 오게 되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등... 대화가 이어질수록 우리는 놀랍도록 코드가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머 감각도 비슷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했습니다. 특히 그의 진솔하고 따뜻한 말투에 마음이 열렸습니다.

나이가 30대 후반인 만큼, 이제는 가볍게 즐기는 만남보다는 진지하게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사람에게서 그런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H2O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 속에서도 우리는 마치 둘만 있는 것처럼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샴푸 나이트를 나와 강남의 밤거리를 함께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단순한 '원나잇'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다시 만났고, 그다음 날 또 만났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고,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H2O에서 만난 그 남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나의 일상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외로웠던 밤은 따뜻함으로 채워졌고, 지루했던 주말은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나이트클럽에 갈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H2O는 나의 기억 속 '50만원 당첨과 남자친구를 만난 기적의 장소'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 친구 S가 다시 나에게 제안했습니다. "야, 너 남친 생기고 H2O 완전히 잊었지? 이번 주말에 우리 다시 한번 가자! 그때 너무 재미있었잖아!"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남자친구를 만난 것도 너무 좋지만, 그때 친구와 함께 춤추고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그 순간들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10주년 이벤트 덕분에 50만원을 횡재했던 짜릿함도 잊을 수 없습니다. ㅎㅎ

남자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더니, 웃으면서 "재미있게 놀다 와"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래서 이번 주말, 친구 S와 함께 다시 한번 강남 H2O 나이트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그때처럼 50만원에 당첨되거나 새로운 인연을 만날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과 소중한 인연을 선물해 준 강남 H2O 나이트. 그곳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친구와 함께 다시 한번 신나게 춤추고 웃으며, 30대 후반의 밤을 즐기고 싶습니다.

이번 주말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